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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5미터를 잘라냈을 때, 저는 그게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크론병은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위장과 십이지장까지 각각 절반씩 잘라내는 2차 수술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이 병이 얼마나 넓고 깊게 몸을 파고드는지를 실감했습니다. 크론병의 합병증은 장에서 시작해 관절, 피부, 눈, 간까지 번질 수 있는 전신 염증성 질환입니다. 수술 두 번을 버텨낸 경험을 바탕으로, 합병증이 실제로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장협착, 농양, 누공 — 합병증이 가장 무서운 이유
크론병(Crohn's disease)은 소화관 어느 부위에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입니다. 여기서 IBD란 면역계가 자신의 장점막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이 장기화된 상태를 뜻합니다. 당뇨병 합병증에 비견될 만큼 합병증의 종류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장협착(stenosis), 농양(abscess), 누공(fistula)입니다. 장협착이란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 벽이 두꺼워지고 내부가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는 25년 전 이 협착이 이미 복구 불가능한 수준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개복 수술을 받았고, 소장 1.5미터를 통째로 잘라낸 뒤 남은 장을 끌어당겨 이어 붙였습니다. 집도의로부터 "또 이런 수술을 받으면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누공이란 장과 다른 장기, 혹은 피부 사이에 비정상적인 통로가 뚫리는 상태입니다. 소화관은 엄밀히 말하면 몸 바깥과 이어진 구조인데, 그 내용물이 항문이 아닌 다른 경로로 새어 나오면 외부 세균이 체내로 곧장 유입되는 것과 같습니다. 농양 역시 같은 맥락으로, 고름이 복강 안에 차오르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장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대장에 크론병이 있는 경우 항문 주변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희귀 질환 헬프라인).
- 장 협착(stenosis): 반복된 염증으로 장 내부가 좁아지는 상태. 심하면 외과적 절제 불가피
- 누공(fistula): 장과 주변 조직 사이에 비정상 통로가 생겨 세균 유입 위험
- 농양(abscess): 염증 부위에 고름이 고이는 상태. 방치 시 전신 감염으로 악화 가능
- 복통·설사·발열: 위 합병증과 함께 만성화되면 활동 자체를 제한하게 됨
수술 경험 — 두 번의 개복이 몸에 남긴 것들
1차 수술이 끝났을 때 저는 회복하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크론병은 절제 수술로 완치되는 병이 아닙니다. 수술 이후에도 반복되는 설사, 복통, 장의 뒤틀림은 계속됐고, 혈변(혈액이 섞인 변)과 점액변(콧물처럼 미끈한 점액이 묻어 나오는 변)이 나올 때마다 불안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혈변은 단순 염증 외에도 장점막 손상이나 궤양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면 안 되는 신호입니다.
그렇게 5년쯤 지났을 때 위장과 십이지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크론병 담당 의사를 찾아갔고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었지만 호전이 없어 내시경을 했더니,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믿기지 않아서 대형병원 두 군데를 더 찾아갔는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위장을 50%, 십이지장을 50% 절제하는 2차 개복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위 용량의 문제였습니다. 원형 주머니를 반으로 잘라 아래를 오므려 꿰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원래 부피의 50%가 아니라 실제로는 25% 정도밖에 담을 수 없게 됩니다. 거기에 십이지장까지 절반이 사라지니 위산과 소화액 분비가 줄고, 음식이 위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져 소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훨씬 커졌습니다. 십이지장(duodenum)이란 위와 소장 사이에서 소화효소를 받아들이고 영양 흡수의 초기 단계를 담당하는 부위입니다. 이 부위를 절반 잃는다는 것은 소화 시스템 전체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는 뜻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영양결핍(nutritional deficiency)이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영양결핍이란 섭취한 음식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저는 2차 수술 후 심각한 빈혈과 체력 저하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시기를 보냈고, 그 기간이 꽤 길었습니다. 밀가루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예외 없이 일주일씩 설사가 계속됐습니다. 먹고 싶은 걸 참다가 한 번씩 먹어보면 열 배 이상의 고통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 바보 같은 짓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자기 관리 — 수술 두 번 뒤에 제가 찾은 방법들
크론병을 잘 관리하면 완전히 낫는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말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관리를 통해 증상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절제된 장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낫느냐"보다 "어떻게 기능을 유지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식단 기록은 몇 년을 꾸준히 했습니다. 먹은 음식과 그날의 변 상태를 적어두면, 어떤 음식이 트러블을 일으키는지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저에게 나쁜 음식들을 걸러냈고, 결과적으로 편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소한의 체력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가공식품은 가급적 찾아서 먹지 않으려 합니다. 안 먹을 수는 없지만, 굳이 먹을 이유도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운동은 크론병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고, 무리하면 오히려 악화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강도의 문제입니다. 저는 등산을 즐기다가 무릎 관절에 심한 통증이 온 이후로는 관절에 과부하가 걸리는 운동은 피하고 있습니다. 대신 일주일에 3일 이상, 최소 30분씩은 가볍게 움직입니다. 여건이 안 될 때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두 칸씩 빠르게 오르거나,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10개를 합니다. 남의 눈보다 제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진 뒤에는 체면 같은 건 내려놓게 됐습니다.
영양 보충은 제가 가장 오래 연구한 부분입니다. 장기가 많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극심한 빈혈과 영양결핍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설사가 심한 날에는 전해질(electrolyte)을 생수에 타서 나트륨을 보충해줘야 합니다. 전해질이란 체내에서 수분 균형과 신경·근육 기능을 조절하는 이온 성분을 말합니다. 철분제는 격일로 복용하고 있으며, 영양제를 본격적으로 챙기기 전까지는 양치질하면서 스쿼트 15분이 운동의 전부일만큼 체력이 바닥이었습니다. 유산균 하나를 고르는 데도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제 몸에 맞는 것을 찾으려면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부와 눈 쪽 합병증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저는 허벅지에 고름이 굳어 단단해진 결절이 생겨 피부과에서 제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오랫동안 반복적인 결막염과 황반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크론병에서 눈 합병증으로는 포도막염(uveitis), 결막염, 상공막염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포도막염이란 눈 안쪽 혈관이 모인 막에 생기는 염증으로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기 점검이 필요합니다. 크론병은 소화기관만의 병이 아니라는 것을 몸 곳곳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출처: Crohn's & Colitis Foundation).
자주 묻는 질문
Q. 크론병 수술을 하면 완치되나요?
A. 수술로 완치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된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지 크론병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닙니다. 저는 두 번의 수술 후에도 설사, 복통, 혈변이 반복됐습니다. 수술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이고, 이후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제 경험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Q. 크론병 환자는 운동을 하면 안 되나요?
A. 무조건 안 된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강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격렬한 운동이나 관절에 무리를 주는 활동은 피하되, 가벼운 유산소나 맨몸 운동은 체력 유지에 실제로 도움이 됐습니다. 컨디션을 기준으로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크론병 합병증이 장 외에도 생기나요?
A. 생깁니다. 크론병은 전신 염증성 질환이라 관절염, 척추염, 피부 궤양, 포도막염 같은 눈 합병증, 간·담관·신장 염증까지 범위가 넓습니다. 저도 피부 결절로 수술을 받았고, 결막염과 황반 문제를 지금도 안고 있습니다. 장 증상이 안정돼 있을 때도 다른 부위를 방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Q. 크론병 환자는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하나요?
A.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장 절제 수술 경험이 있다면 영양 흡수 자체가 구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저는 철분제, 전해질, 비타민, 유산균 등을 찾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영양제 복용 전후로 체력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의하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론
두 번의 개복 수술, 소장 1.5미터와 위·십이지장 각 절반을 잃고 나서도 저는 지금 늦게까지 일을 하고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5년 전 수술대에서 들었던 "다시 이런 수술을 받으면 사회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말이 전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크론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찾아낸 방법이 모든 분에게 맞는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식단 기록, 꾸준한 움직임, 내 몸에 맞는 영양 보충, 그리고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이 경험이 같은 병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https://helpline.kdca.go.kr/cdchelp/ph/rdiz/selectRdizInfDetail.do?menu=&rdizCd=RA201810503